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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 재개봉 후기 (1986년 클래식, 지브리 첫 작품, 멸망의 주문 엔딩)

by 머니윙 2026. 1. 27.

2026년 1월 21일,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공식 작품이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인 《천공의 성 라퓨타》가 리마스터링 재개봉을 했습니다. 1986년에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4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2026년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신선한 감동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124분의 상영 시간 동안 펼쳐지는 소년 파즈와 소녀 시타의 모험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자연과의 공존, 과학 기술의 양면성, 그리고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1. 1986년 클래식이 2026년에도 '힙'한 이유

《천공의 성 라퓨타》를 극장에서 처음 접한 많은 관객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바로 "이게 정말 86년도 작품이 맞나?"라는 놀라움입니다. 오프닝 크레딧에 1986년이라는 연도가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은 시대를 관통하는 클래식의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이후 스튜디오 지브리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만든 첫 번째 애니메이션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담당했습니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스팀펑크(Steampunk) 분위기의 독특한 세계관입니다. 증기 기관이 작동하는 탄광 마을,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선, 그리고 전설로만 전해지는 천공의 성 라퓨타까지, 이 모든 요소가 40년 전 상상력으로 구현되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특히 비행선의 디자인, 로봇의 작화, 라퓨타 성의 구조 등은 현재 시점에서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힙하고 트렌디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80년대 시티팝 음악을 현재 들었을 때 오히려 세련되게 다가오는 것처럼, 《천공의 성 라퓨타》의 작화와 연출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초반 추격신에서 펼쳐지는 연출은 특히 감탄을 자아냅니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빛과 함께 서서히 떨어지는 시타를 파즈가 받아내는 장면부터, 도라해적단과 무스카가 이끄는 정부 군대의 추격을 피해 기차를 타고 도망치다가 맞은편에서 탱크가 나타나는 장면까지, 모든 장면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전개됩니다. 지하 세계로 떨어져 폼 아저씨를 만나는 과정 역시 지루함 없이 관객을 몰입시키며, 이러한 완벽한 기승전결은 현대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2. 지브리 첫 작품에 담긴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학

《천공의 성 라퓨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공식적인 첫 작품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평생 추구해 온 메시지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자연과의 공존, 반전 메시지, 과학 기술에 대한 성찰 등 지브리 작품에서 일관되게 다뤄지는 주제들이 이 작품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로봇이라는 소재를 통해 과학 기술의 양면성을 표현한 방식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작품 속에서 로봇은 처음에는 무시무시한 파괴의 존재로 등장합니다. 무스카가 조종하는 로봇은 레이저를 쏘며 사람들을 위협하고 공포를 조성합니다. 하지만 라퓨타 성에 도착한 후, 관객들은 전혀 다른 모습의 로봇을 만나게 됩니다. 자연과 공존하며 다람쥐에게 꽃을 건네는 로봇의 모습은, 기술 그 자체가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인간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재성을 증명합니다.

폼 아저씨 캐릭터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하 세계에서 만난 폼 아저씨는 시타의 비행석 목걸이를 보고 자신에게서 치워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는 자연의 소리를 듣는 선한 인물이지만, 비행석이 가진 엄청난 힘 앞에서는 스스로 한계를 인정합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이 절대 반지를 탐하는 것처럼, 비행석 역시 탐욕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지만, 폼 아저씨는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진정한 지혜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작품은 힘의 소유보다 포기의 가치를 일관되게 강조하며, 이는 후반부 엔딩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지브리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자주 연주되는 《천공의 성 라퓨타》 주제곡은 영상, 스토리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일러스트와 가사, 그리고 음악이 함께 흐르는 순간, 많은 관객이 자리를 뜨지 않고 그 감동을 음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 '멸망의 주문' 엔딩이 완성한 진정한 평화

《천공의 성 라퓨타》의 가장 대단한 지점은 바로 엔딩입니다. 일반적인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라면 "악당이 힘을 차지하려 하지만 주인공이 그 힘을 빼앗아 평화를 되찾는다"는 구조를 따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합니다. 파즈와 시타는 라퓨타가 가진 엄청난 힘을 차지하는 대신, 그 힘 자체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멸망의 주문 '발스'를 외칩니다.

이 선택은 매우 철학적이고 의미심장합니다. 라퓨타의 힘을 가지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고, 선한 의도로 사용한다면 평화를 지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은 그 힘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또다시 누군가가 탐욕을 품고 악용할 것임을 깨닫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힘의 균형이 아니라 힘 자체의 부재에서 온다는 깨달음, 이것이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전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입니다.

멸망의 주문을 외운 후 라퓨타가 무너지고, 그 과정에서 파즈와 시타가 위험에 빠지지만, 도라해적단의 등장으로 두 사람은 구출됩니다. 악당이었던 해적단이 결국 주인공들을 구하는 조력자가 되는 이 반전 역시 깔끔하고 감동적입니다. 특히 도라 대장이라는 캐릭터는 40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여성 리더십을 보여주는 인물로, 시대를 앞서간 캐릭터 설정이라 평가받습니다. 젊었을 때 시타와 닮았다는 설정 역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미 있는 장치입니다.

라퓨타 지하에서 큐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연출, 성 위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로봇들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멸망 후에도 하늘에 떠 있는 나무뿌리 섬의 이미지까지, 모든 장면이 상징성과 미학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완성도 높은 엔딩은 단순한 해피엔딩을 넘어, 관객들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마무리하며

《천공의 성 라퓨타》는 4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모든 세대에게 감동을 주는 진정한 클래식입니다. 1986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힙한 작화와 세계관, 지브리 첫 작품에 담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철학, 그리고 힘의 포기로 완성되는 멸망의 주문 엔딩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의 정점이자 애니메이션계의 바이블로 남을 것입니다. 극장에서 큰 스크린과 좋은 사운드로 경험하는 천공의 성 라퓨타는, 단순한 재개봉이 아닌 새로운 발견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 후기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