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스페인 영화 《시라트》가 국내 개봉했습니다. 올리베르 라시 감독의 이 작품은 모로코 사막을 배경으로 레이브 파티와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여정을 그립니다. 대중적 구조를 거부한 독특한 연출과 압도적인 사운드로 관객들 사이에서 극명한 호불호를 낳고 있는 이 영화를 깊이 살펴봅니다.
레이브 음악이 만드는 사운드 몰입감
《시라트》의 가장 강렬한 무기는 바로 사운드입니다. 영화는 모로코 사막 한가운데서 열리는 레이브 파티 현장을 몇십 분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거대한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레이브 뮤직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관객을 몽롱한 상태로 끌어들이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투치투치 하는 반복적인 비트가 영화관을 가득 채우면서 관객은 마치 자신도 파티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음악은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황량한 사막과 건조한 모래바람이라는 시각적 요소와 레이브 음악이라는 청각적 요소가 만나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의 조합은 오히려 독특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실제로 칸 영화제에서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상 후보에도 오른 것은 이러한 사운드 디자인의 탁월함을 증명합니다.
영화 속에서 음악은 종교적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 루이스가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 히피족들은 그에게 환각제와 함께 레이브 음악을 권합니다. "날려버려, 이 세상의 고통을 다 날려버려"라고 외치며 춤추는 장면은 음악이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는 도피처이자 위안이 됨을 보여줍니다. 이는 상실감이 큰 사람들이 종교에 기대는 것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사운드는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요소가 아니라 캐릭터들의 내면과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는 핵심 매체로 기능합니다.
영화적 복선 없는 죽음의 현실성
《시라트》가 가장 신선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죽음을 묘사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이 죽을 때는 복선이 깔리고 긴장감이 고조되며 슬로모션 같은 영화적 기법이 동원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관습을 철저히 거부합니다. 아들 에스테반과 강아지 피파가 탄 차가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장면, 레이브 파티를 즐기던 히피족 여성이 "날려버려"라고 외치는 순간 지뢰가 폭발하는 장면 모두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납니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에게 충격을 줍니다. 죽음이 이렇게 허무하고 느닷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죽음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시라트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얇고 날카로운 다리', 즉 삶과 죽음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이보다 더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특히 주목할 점은 누가 죽는가입니다. 전쟁 영화에서 가족사진을 보며 "전쟁 끝나면 돌아가겠다"라고 말하는 캐릭터가 먼저 죽는 클리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라트》는 그런 영화적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가 먼저 죽고, 팔이나 다리가 없는 히피족들도 예외 없이 죽습니다. "살고 싶어"라고 외치는 사람이 죽고,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사람이 살아남기도 합니다. 이는 죽음 앞에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메시지이자, 현실에서 죽음은 선택적이지 않다는 냉정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대중성을 거부한 호불호 논란
《시라트》는 명백히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1시간 54분의 러닝타임 동안 실제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요약하면 1분도 채 안 걸립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실종된 딸을 찾아 레이브 파티 현장을 찾아가고, 히피족과 동행하다가 아들을 잃고, 지뢰밭에서 대부분이 죽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떠난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으며, 감정을 자극하는 장치도 부족합니다.
수입사 찬란이 《서브스턴스》급 충격이라고 마케팅한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큽니다. 《서브스턴스》가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자극적인 영화라면, 《시라트》는 오히려 건조하고 담담한 영화입니다. 충격적인 장면은 분명 있지만 그 결은 완전히 다릅니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구조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심심하고 불친절한 작품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만의 독특한 가치는 분명 존재합니다. 히피족 역할을 실제 레이브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연기했다는 점에서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신선함을 줍니다. 종교적, 정치적 함의도 담겨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모로코 땅에서 자신들의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 파티를 벌이는 모습은 식민주의적 시선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음악에 몰두하며 세상과 단절되려던 이들이 결국 지뢰밭(전쟁의 잔재)에서 죽는다는 결말은 개인과 세계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러한 해석이 감독의 의도인지, 관객의 과잉 해석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시라트》는 영화적 재미보다는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A 등급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완성도는 높지만, 그것이 대중적 만족도와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레이브 음악을 좋아하거나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경험하고 싶은 관객에게는 추천할 만하지만, 명확한 서사와 감정선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출처]
화제의 영화 《시라트》 후기 | 스포 있음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zeYzqJWSk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