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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던져진 돌멩이: 시대를 뒤흔든 금기의 문제작들

by 머니윙 2025. 11. 7.

어떤 영화는 관객에게 편안한 위안과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어떤 영화는 잔잔한 호수 같던 우리 사회에 거대한 돌멩이를 던져 격렬한 파문을 일으킨다. '문제작'이라 불리는 이 영화들은 당대의 사회가 암묵적으로 외면하거나 금기시했던 주제를 스크린 정중앙으로 끌고 와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종종 극단적인 논쟁과 사회적 비난에 휩싸이지만, 바로 그 논쟁을 통해 시대의 위선과 모순을 드러내고 예술 표현의 경계를 확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본 글에서는 단순한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금기를 깨부수며 뜨거운 담론을 형성했던 역사적인 '문제작'들을 통해 그들이 던진 질문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영화 필름 릴이 노란색 경고 테이프(Caution Tape)로 감겨 있는 이미지.

1. '조커' (2019) - 악당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의 위험함

▶ 무엇이 금기였나: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에게 동정의 서사를 부여하고, 그의 폭력을 사회적 시스템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

▶ 논쟁과 영향: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개봉 전부터 "소외된 개인의 폭력을 미화하여 모방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는 극심한 비판에 직면했다. 영화는 정신질환을 앓는 '아서 플렉'이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어떻게 괴물 '조커'로 변해가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 영화가 던진 논쟁의 핵심은 이것이다. '악의 탄생에 대한 이해'가 과연 '악의 정당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 '조커'는 이 위험한 질문을 스크린에 던짐으로써, 사회적 약자와 정신 질환을 방치하는 시스템의 책임, 그리고 미디어가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우리 시대의 가장 뜨거운 논쟁을 촉발시켰다.

2. '시계태엽 오렌지' (1971) - 폭력의 미학, 그리고 자유의지의 역설

▶ 무엇이 금기였나: 폭력을 노골적이고 스타일리시하게 묘사하고, 국가가 개인의 '악한 의지'를 강제로 교화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 논쟁과 영향: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는 '초월적 폭력(Ultra-violence)'을 일삼는 주인공 '알렉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극도의 불쾌감과 동시에 기묘한 미학적 쾌감을 선사했다. 이 영화는 모방 범죄 논란에 휩싸였고, 영국에서는 감독 스스로 상영을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도발은 후반부에 있다. 국가의 '루도비코 요법'으로 강제로 선하게 교화된 알렉스의 모습을 통해, 큐브릭은 "스스로 악을 선택할 자유의지가 없는 인간은, 과연 진정한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무서운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폭력의 묘사에 대한 검열 논쟁과 함께, 개인의 자유의지와 국가 통제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기념비적인 문제작이다.

3. '롤리타' (1962) - 소아성애를 블랙코미디로 다루는 대담함

▶ 무엇이 금기였나: '소아성애'라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가해자의 시점에서, 심지어 희극적인 톤으로 묘사하는 것.

▶ 논쟁과 영향: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스탠리 큐브릭의 '롤리타'는 제작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었다. 큐브릭은 이 끔찍한 소재를 다루면서, 직접적인 묘사는 철저히 배제하고 대신 주인공 '험버트'의 위선과 자기기만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취했다. 그는 관객이 험버트의 시점에 이입하여 그의 비뚤어진 사랑에 잠시나마 공감하게 만든 뒤, 그 감정의 부도덕함을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고도의 연출을 선보였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엄청난 도덕적 비난에 직면했지만, 예술이 금기된 소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즉, 소재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임을 증명한 것이다.

4.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1988) - 성역에 도전한 인간적 고뇌

▶ 무엇이 금기였나: 신의 아들인 예수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심지어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꿈꾸는 존재로 묘사하는 것.

▶ 논쟁과 영향: 마틴 스콜세지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영화 역사상 가장 격렬한 종교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죽기 직전, 악마가 보여주는 '평범한 남자로 행복하게 늙어 죽는' 마지막 유혹을 겪는다는 파격적인 상상력을 담고 있다. 전 세계 기독교계는 이를 '신성모독'이라 규정하며 격렬하게 반발했고, 일부 극장에서는 방화 테러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스콜세지의 의도는 신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예수가 인간적인 모든 유혹과 고뇌를 이겨내고 스스로 신성을 선택했기에 더욱 위대하다는 믿음의 역설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 영화는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 신념의 충돌이라는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며, '믿음'의 본질에 대해 가장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결론적으로, '문제작'들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이 영화들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토론하고 고민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한 걸음 더 성숙해질 수 있다. 이 영화들은 단지 논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애써 덮어두었던 금기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젖힘으로써, 시대에 가장 필요했던 대화를 시작하게 만든 진정한 '촉매제'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