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러브 미》는 스웨덴 원작을 리메이크한 12부작 작품으로, 어머니를 잃은 가족이 각자 새로운 사랑을 만나며 겪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조영민 PD의 연출과 서현진, 유재명을 비롯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상실 이후 찾아온 사랑이라는 딜레마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낸 수작입니다.
조영민 연출의 섬세함이 빛나는 감정 디테일
《러브 미》의 가장 큰 강점은 조영민 PD의 탁월한 연출력입니다. 《사랑의 이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은중과 상연》 등을 연출한 조영민 PD는 이번 작품에서도 감정의 디테일을 잡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드라마는 공무원 아버지 서진호(유재명), 산부인과 의사 딸 서준경(서현진), 대학원생 아들 서준서(이시우)로 구성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어머니를 24시간 돌보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딸의 복잡한 감정선이 초반부를 이끕니다.
초반 1~2화는 상당히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어머니의 우울한 심리 상태와 가족 간의 날 선 대화들이 오가며 시청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딸이 어머니에게 쏟아내는 독설과 그 이면에 깔린 죄책감은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초반의 깊은 전개가 있었기에 어머니 사후 각 캐릭터가 맞이하는 사랑의 이야기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조영민 PD는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긴장감과 감정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또한 고해성사 장면에서 신부님(이시훈)과의 코믹한 대화를 통해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등, 균형 잡힌 연출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이러한 연출 스타일은 시청자가 드라마에 깊이 몰입하면서도 감정적으로 숨통을 틀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합니다.
서현진 연기와 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
《러브 미》에서 서현진은 산부인과 의사 서준경 역을 맡아 자존심 강하고 연애에 관심 없던 여성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합니다. 특히 옆집 음악 감독 주도연(장기용)과의 로맨스가 전개되면서, 상대방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집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아버지가 여행 가이드 진자영(윤세아)과 연애하는 것을 알고 화를 내다가, 자신도 비슷한 상황임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이 역지사지의 감정 전환은 서현진의 섬세한 표정 연기로 더욱 빛을 발하며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유재명은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새로운 사랑을 마주한 아버지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합니다. 아내와 함께 가려던 여행을 혼자 떠났다가 가이드와 썸을 타게 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죄책감, 망설임, 그리고 새로운 감정의 설렘을 동시에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캐릭터에 깊이를 더합니다. 윤세아와의 케미스트리 역시 자연스러우며, 두 배우가 《비밀의 숲》 이후 다시 만나 펼치는 호흡 또한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이 외에도 대학원생 아들 역의 이시우, 유치원 때부터 아들을 좋아해 온 친구 지혜온 역의 다현(트와이스) 등 모든 배우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다현은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여사친 역할을 설득력 있게 소화하고, 이시훈이 연기한 신부님 캐릭터는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전체적으로 연기에 구멍이 없는 탄탄한 앙상블이 《러브 미》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입니다.
상실과 사랑이라는 양면의 감정을 담아낸 현실성
《러브 미》가 다루는 핵심 주제는 상실 이후에 찾아온 사랑입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각 가족 구성원이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설정은 자칫 불편할 수 있으나, 드라마는 이를 매우 자연스럽고 귀엽게 그려냅니다. 아버지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딸은 옆집 남자의 비밀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며, 아들은 여자친구와 오랜 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묘사됩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사랑의 장애물들을 묘사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균형을 유지합니다. 특히 딸이 아버지의 새 연애에 화를 내다가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며 깨달음을 얻는 장면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드라마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다만 8화에서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결심을 통보할 때 아들이 보인 반응은 다소 과하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감정의 빌드업 없이 처음부터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다소 부자연스러웠다는 평가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전체적으로는 상실과 사랑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러브 미》는 현재까지 A 티어로 평가받는 수작으로, 조영민 PD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현실적인 주제가 조화를 이루며 깊은 감동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은 4부작의 전개와 엔딩이 기대되는 웰메이드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