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캐셔로'는 2024년 12월 26일 공개된 8부작 히어로물입니다. 이창민 감독이 연출하고 이재인, 전찬호 작가가 공동 극본을 맡았으며,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돈을 써야만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주목받았지만, 초반의 참신함이 후반부로 갈수록 허술한 연출과 개연성 부족으로 용두사미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캐셔로의 독특한 설정과 현실 반영
캐셔로의 가장 큰 매력은 '캐시히어로(Cash Hero)'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돈을 소지해야만 초능력을 쓸 수 있고 능력을 발휘하면 그만큼의 돈이 사라진다는 설정입니다. 주인공 강상웅(이준호 분)은 평범한 공무원으로, 여자친구 김민숙(김혜준 분)과 결혼을 꿈꾸며 내 집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입니다. 어느 날 아버지(정승길 분)로부터 초능력을 물려받게 되면서, 그는 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소모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드라마 초반 1~2화는 이러한 설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내 집 마련, 결혼 자금, 상견례 같은 청년 세대가 직면한 현실적인 경제 문제와 히어로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잘 그려집니다. 눈앞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능력을 써야 하지만, 그러면 대출까지 받아야 하고 빈털터리가 되는 주인공의 고뇌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김병철이 연기한 변호사는 알코올을 섭취해야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쓸 수 있고, 김향기가 맡은 방음미는 칼로리를 소모해야 염력을 발휘할 수 있는 등 다른 초능력자들의 설정도 흥미롭게 구성되었습니다. 히어로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힘센 히어로가 아니라 딜레마와 아킬레스건, 상처를 가진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배트맨의 부모에 대한 트라우마, 스파이더맨의 삼촌에 대한 죄책감처럼 캐셔로는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초반에는 신선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허술한 연출과 매력 없는 빌런의 문제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연출의 디테일이 급격히 무너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빌런인 범인회 일가의 캐릭터 활용입니다. 회장 역의 김은성, 장녀 역의 강한나, 둘째 아들 조나단 역의 이채민으로 구성된 빌런 가족은 우리나라 정재계를 주무르는 거대 조직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평면적이고 매력이 없습니다. 빌런들이 왜 이런 악행을 저지르는지, 어떤 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전혀 없어 단순히 '나쁜 놈들'로만 비춰집니다.
더 큰 문제는 주인공과 빌런이 마주쳤을 때의 연출입니다. 둘이 자주 만나는 상황에서 누가 봐도 서로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화만 주고받으며 시간을 끕니다. 특히 강한나가 연기한 빌런은 일반인인데도 히어로와 마주보고 있을 때 공격받지 않고 대화만 합니다. 이는 마치 어린이 특촬물에서 악당과 히어로가 서로 마주보고 얘기하다가 싸우는 것처럼 유치한 연출로 몰입감을 크게 해칩니다. 또한 거대 조직인 범인회의 본거지에 주인공이 변장만으로 쉽게 침투하고,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는 장면은 현실성이 전혀 없습니다. 태풍상사처럼 날림으로 처리되는 느낌이 강하며, 설정의 구멍이 너무 많아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왜 이렇게 허술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김병철과 김향기가 맡은 초능력자들, 김국희가 연기한 사체업자, 장현성이 연기한 형사 등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캐릭터는 제대로 살려지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채민은 '흑백요리사'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캐셔로에서는 그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평범한 빌런으로만 소비되었습니다.
설정 붕괴와 최악의 클라이맥스 연출
캐셔로가 가장 큰 비판을 받는 부분은 설정의 일관성 부족과 클라이맥스 연출입니다. 히어로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히어로의 정체가 대중에게 알려졌는가?'입니다. 그런데 캐셔로는 이 부분이 매우 모호합니다. 주인공의 활약이 휴대폰으로 촬영되어 유튜브에 올라가고 난리가 났다는 설정이 있지만, 정작 주인공은 평범하게 공무원 생활을 이어갑니다. 동료들도 그를 전혀 의심하지 않으며, 대중들이 캐셔로를 인지하고 있는건지 아닌건지조차 불분명합니다. 이러한 설정 구멍은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몰입을 방해합니다.
가장 최악으로 꼽히는 장면은 마지막 전투 신입니다. 주인공이 돈이 없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힘내세요!"라며 현금을 뿌려주는 장면은 현실성이 전혀 없습니다. 우선 시민들이 캐셔로의 정체와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전제인데,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평범한 생활이 가능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일반 시민들이 그 급박한 상황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을 뿌릴 수 있을까요? 한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몇 번이나 뿌리는 장면은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바닥에 흩뿌려진 돈을 주워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정조차 무시됩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빌런 조나단이 이 광경을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장면입니다. "다 주워. 최대의 힘을 발휘해봐"라며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긴장감을 완전히 떨어뜨립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제작진이 '설정이 유치하니 연출도 대충 해도 된다'고 착각한 결과로 보입니다. 오히려 초능력자나 히어로물일수록 설정의 디테일을 끝까지 유지해야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세운 설정을 뒤로 가면서 계속 깨뜨리면 모든 긴장감과 흥미가 사라집니다. 차용증을 찾는 에피소드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태풍상사가 떠오를 정도로 전개가 비슷했으며, 결국 캐셔로는 '초능력 버전 태풍상사'라는 혹평을 받게 되었습니다.
캐셔로는 독창적인 소재와 현실 반영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허술한 연출과 설정 붕괴로 인해 그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운 작품입니다. 이준호, 강한나, 김병철, 김향기 등 훌륭한 배우진을 보유하고도 캐릭터 활용에 실패했으며, 빌런의 매력 부족과 개연성 없는 전개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지속적으로 방해했습니다. 결국 C급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작진이 디테일과 설정 일관성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며, 그것을 끝까지 완성도 있게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5) 넷플릭스 시리즈 《캐셔로》 후기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ClJ5KgH8e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