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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대홍수 후기 (재난물, SF설정, 모성애)

by 머니윙 2026. 2.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는 김병우 감독의 신작으로, 김다미와 박해수가 출연하여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재난 영화로 시작하여 SF와 AI 요소로 전환되는 독특한 구조를 시도했지만, 여러 비판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영화는 신선한 시도였을까요, 아니면 여러 장르적 요소를 소화하지 못한 실패작일까요? 108분 러닝타임 동안 펼쳐진 영화의 명암을 살펴보겠습니다.

초반 재난물 설정의 긴박감 부재

《대홍수》는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홍수라는 재난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아파트 3층에 사는 엄마 김다미와 아들이 물이 차오르는 긴급 상황 속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구조입니다. 김다미가 연기한 캐릭터는 AI 관련 연구를 하는 중요 인물로, 회사에서 보낸 요원 박해수의 도움을 받아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 초반 재난 상황의 가장 큰 문제는 긴박감의 부재입니다. 생사가 달린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지나치게 느긋합니다. 아이가 화장실을 가겠다며 굳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고, 엄마는 밖에서 여유롭게 통화를 하는 장면은 몰입을 심각하게 해칩니다. 진짜 재난 상황이라면 그 자리에서라도 급한 일을 해결하고 바로 대피해야 할 상황인데, 영화 속 인물들은 마치 시간이 충분한 것처럼 행동합니다.
더 나아가 비상 계단이 막혀 있어 반대편으로 가니 아무도 없다는 설정, 우연히 그곳도 물건으로 막혀 있다는 전개는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김다미 캐릭터만 천재처럼 그런 생각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도 그 생각을 못 한다는 설정은 현실감을 떨어뜨립니다. 물도 지나치게 깨끗하고, 관리 사무소에서 이미 물이 찬 상황에서야 대피 안내 방송이 나오는 등 세부 묘사의 리얼리티가 부족합니다. 재난 영화가 주는 본질적인 공포와 긴장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 초반부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중반 SF전환의 설득력 문제

영화는 중반부에 들어서며 큰 변주를 줍니다. 실제로는 AI와 이모션 엔진을 개발하는 이야기였으며, 아들은 AI 실험체였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김다미는 인간의 감정을 만드는 이모션 엔진을 개발하는 연구원이었고, 대홍수 상황에서 아이의 메모리만 빼낸 채 우주로 탈출합니다. 이후 김다미는 디지털 세계의 시뮬레이션 속으로 들어가 이모션 엔진을 완성시키기 위한 퀘스트를 반복합니다.
이 SF적 전환 자체는 신선한 시도였으나, 결정적인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모션 엔진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며,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완성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단지 "시뮬레이션을 수천 번, 수만 번 돌려야 한다"는 막연한 설정만 제시될 뿐, 왜 아이를 살려야 엄마의 이모션 엔진이 완성되는지, 임산부를 도와주는 것이 어떻게 감정 개발과 연결되는지 논리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습니다.
김다미는 시뮬레이션 속에서 갇힌 학생을 구하고, 임산부를 돕고, 악당들을 물리치는 등의 퀘스트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게임처럼 단순 반복될 뿐, 각 선택이 이모션 엔진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관객은 "그래서 이게 왜 필요한데?"라는 의문만 커질 뿐입니다. SF 장르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가상이라도 일정한 룰과 논리가 필요한데, 《대홍수》는 그 기본을 놓쳤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 PMC 더 벙커 이후 김병우 감독의 SF 디테일 부족 문제가 여기서도 반복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모성애 중심 서사의 한계

《대홍수》가 궁극적으로 다루고자 한 주제는 모성애입니다. 직접 낳지 않은 AI 아이에게도 모성애가 생길 수 있는가, 모성애란 혈연을 넘어선 감정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엄마와 아들이라는 설정은 노아의 홍수나 성모 마리아 같은 종교적 모티브와도 연결되며, 신인류 재건이라는 서사와 맞물립니다.
그러나 영화는 모성애라는 원툴에 지나치게 의존합니다. AI와 모성애라는 대척점에 있는 소재의 결합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이를 영화적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시뮬레이션 속 반복되는 상황들에서 김다미가 내리는 선택에는 진정한 딜레마가 없습니다. 학생을 구하든 말든, 임산부를 돕든 말든 시뮬레이션은 무한 반복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전혀 없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어차피 또 도전하면 되는데"라는 생각에 긴장감이 사라집니다.
진정한 모성애의 깊이를 보여주려면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과 도덕적 딜레마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구하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소수를 살리기 위해 다수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 등이 제시되어야 관객도 함께 고민하며 몰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홍수》의 시뮬레이션은 단순 반복만 있을 뿐 선택의 무게감이 없습니다. 박해수가 연기한 요원 캐릭터 역시 의미심장한 대사만 남발하다 허무하게 퇴장하여,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질문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습니다. 시도는 좋았으나 실행이 부실했다는 평가가 타당해 보입니다.
《대홍수》는 재난, SF, AI, 모성애를 결합한 야심찬 시도였으나 어느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운 작품입니다. 초반 재난 상황의 긴박감 부재, 중반 SF 설정의 논리 부족, 후반 모성애 서사의 지루한 반복이 맞물리며 관객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김다미, 박해수 등 좋은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부실한 각본과 연출로 그들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신선한 소재였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심각하게 부족했다는 혹평을 피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출처]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후기 | 스포일러 주의: https://www.youtube.com/watch?v=9RQD_bQ-35A